속기 합격수기

[김** 회원님] 한시임기제 법원 근무 후기 입니다.

  • 관리자
  • 2024-09-30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까지 한시임기제로 속기 업무와 행정 업무 등 법원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했는데요,

그 후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속기 업무 (수원지방법원 형사과)

제가 처음 법원에 배정됐던 곳은 수원지방법원 형사과였습니다. 그곳에서 증인신문이 있을 때 재판에 들어가 속기하고 추후 녹음된 음성을 들으며 작성했던 파일을 수정해 녹취록을 등록하는 업무였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이틀씩 오후 재판에 참여하여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속기했고, 녹음을 들으며 수정할 때는 사람이 말하는 그대로 적지만 반복하는 말이나 습관적으로 붙이는 단어 등은 모두 정리하여 말하는 바를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적고자 했습니다.

 

재판 중에 작성하는 화면은 실시간으로 부장님에게 공유되며 재판에서 나오는 말을 100% 그대로 치는 건 불가능하므로 부장님이 보신다고 부담가지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최대한 적을 수 있는 것만 적습니다. 증인신문이 빨리 끝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증인신문은 2시간을 쉬지 않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에서 한 첫 업무였기 때문에 실수하면 어쩌나,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그곳에서 만난 다른 속기사분들이 저를 정말로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산입력, 판결서 초안 작성 (오산시법원)

오산시법원은 수원지방법원과 달리 등기소 건물에 있는 법원입니다. 한 사무실에서 모든 법원 공무원이 있었고 총인원도 스물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속기가 아닌 소장이나 지급명령 등 들어온 신청서를 확인하고 포함돼 있는 서류를 확인하여 그 내용을 전산에 입력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판결서 초안 작성은 부장님께 사건 번호를 전달받으면 그 사건 번호를 검색하여 신청인이 요청한 주문을 형식에 맞게 다듬어 판결서 초안으로 작성하고, 재판관계인의 주소를 확인하여 수정하는 업무였습니다.

 

두 업무 모두 초반에는 주변에 계신 실무관님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느리게 했지만, 서류의 종류는 많아도 업무와 관련된 서류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금방 적응하여 업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 (수원고등법원 민형과)

수원고등법원은 수원지방법원과 같은 건물에 있고, 저는 3명의 부장님이 계신 부속실에서 근무했습니다.

 

부속실 업무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녹취록 작성이고 다른 하나는 비서 업무입니다.

 

녹취록 작성은 일주일에 한 번 증인신문이 있을 때 재판에 들어가 수원지방법원에서 맡았던 것과 같은 과정으로 신문 과정을 속기하고 추후 녹음된 음성을 들으며 녹취록을 완성해 전산에 등록하는 업무였습니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다른 점은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재판에 있는 부장님이 한 분이셨지만 고등법원에서는 세 분이라는 점입니다.

 

비서 업무는 부장님이 요청하는 간단한 서류의 복사나 전달, 부속실 내에 있는 간식, 커피, 문구류 관리, 신문 전달 업무를 했습니다. 부속실마다 하는 업무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래도 커다란 틀은 같았습니다.

 

고등법원 한 부속실을 3명의 부장님과 1명의 속기사가 사용합니다. 부장님 방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보니 작은 방에 저 혼자 근무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다른 사무실에 비해 매우 조용해서 초반에는 많이 긴장했지만,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녹취록을 작성할 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성남지원 (등기과 업무)

현재 저는 성남지원 등기과에서 법인 등기부등본 발급, 인감카드, 전자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민원인이 오면 어떤 업무를 하러 왔는지 물어보고 해당하는 창구를 안내하거나 제가 맡은 업무면 그 업무를 수행합니다.

 

법인 등기부등본은 법인의 이름이나 등록번호만 있으면 발급이 가능한 쉬운 업무입니다. 하지만 인감카드나 전자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 신청인이 대표자인지 대리인인지 구분해야 하고, 등기된 법인 도장을 제대로 가지고 왔는지, 조건에 맞는 서류들을 지참했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의 대표자가 아닌 대리인이 인감카드를 발급하러 왔다면 대리인의 신분증을, 법인 도장, 위임장, 대표자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하면 되지만, 전자증명서의 경우 일반 대리인은 신청할 수 없고 법무사나 변호사, 대표자 본인만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들을 반드시 확인하고 각 조건에 맞아야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등기소 업무가 바쁘다 보니 법인 창구에 민원인이 없을 때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나 확정일자 부여 업무도 보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법인 등기부등본과 비슷하게 발급하는 부동산의 등기된 주소를 검색하여 해당하는 등본을 발급하는 업무입니다. 다만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법인 등기부등본과 다르게 현행 등기부등본, 폐쇄(멸실)등기부등본, 폐쇄등기부등본, 구등기 이렇게 4종류가 있고, 신탁원부나 요약사항 등 추가로 발급할 수 있는 서류들이 있기 때문에 해당하는 사항들을 잘 구분하고 등본을 발급해야 합니다.

 

확정일자는 사문서 확정일자와 임대계약서 확정일자가 있는데, 사문서 확정일자는 해당하는 서류를 받아 확정일자 책에 수기로 청구인과 주소, 서류 제목을 적은 뒤 날짜 도장을 찍고 라벨을 붙이지만, 임대계약서 확정일자는 전산상에 주소를 입력하고 부동산의 소유자가 등기부와 서류에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임대인, 임차인, 신청인 정보를 입력하고 계약서를 스캔한 뒤 라벨을 붙입니다.

 

등기소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업무를 하므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하나 감사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본인이 떼고자 하는 등기부등본의 주소를 정확히 모른 채 무작정 신분증을 내밀고 서류를 떼달라고 하거나 서류가 미비해 당장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욕을 하며 화를 내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등기소에 계신 실무관님과 계장님이 모여 그 민원인을 상대하고 해결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그런 민원인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법원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점

제가 근무했던 순서대로 후기를 작성하다 보니 초반은 너무 빈약하게 써졌습니다만 법원에서 했던 모든 경험의 공통점은 다른 분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입니다. 모르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고, 또 법원 환경에 익숙해지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니 법원에서 근무하시게 된다면 어떤 업무를 하시든 문제가 생기거나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한시임기제를 시작하게 된 경위

저는 소리자바의 추천으로 법원 한시임기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법원에서 근무하는 거라고 하니 작은 실수도 큰 실수로 변할 것 같고, 좀 부담스럽기도 하여 망설였지만 뭐든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한번 시작하니 두 번째는 쉽게 도전할 수 있었고요. 법원은 한번 한시임기제로 들어가면 다른 한시임기제 자리가 날 경우 기존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우선 부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현재 네 번째 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고요. 그러니 법원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끝으로

한시임기제는 한글속기 자격증이 2급만 있어도 채용되는 듯하지만, 전문임기제는 한글속기 1급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2급으로 붙은 분은 소수라고 들었어요. 그마저도 법원에서 일한 경력이 길거나 컴퓨터활용능력, 워드 자격증 등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현재 저는 한글속기 자격증 2급만 있기 때문에 전문임기제 속기사에 붙기 위해 한글속기 1급과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원 속기사를 목표로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후에 법원 공무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