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영상속기에서 '희망의 빛'을 찾다
KBS3 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 시각장애우 김태홍씨의 훈훈한 취업도전 이야기
유난히 집중한 얼굴, 이어폰을 끼고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댄 그의 모습에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쪽을 보자 커다란 손으로 특이하게 생긴 키보드를 연신 쳐 내려간다. 이내 모니터에는 놀라운 속도로 문자들이 찍혀 나오고 금방 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시각장애인 속기사인 김태홍씨의 이야기다. 소리포스에서 자막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고도근시로 인해 모니터에 얼굴을 딱 붙이고 속기록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청각장애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보람차다는 김태홍씨, KBS3 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에 출연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지털 영상속기를 만나다
긴장한 듯 '네, 네'라고 진행자의 질문에 짧게만 답하던 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묻자 신이 난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속기는 손으로 쓰는 수필속기와 컴퓨터속기라고 해서 속기용 타자기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하는 속기가 있는데 디지털영상속기는 방식이 특별합니다.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촬영되는 내용을 녹화를 하면서 그 영상을 '타임머신'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영상 및 음성을 실시간으로 되감기, 빨리감기를 할 수도 있고 좀 더 느리게 빠르게 재생을 하면서 재생속도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듣지 못해 놓친 부분을 다시 돌려서 친다거나 잘 못 알아들은 부분은 좀 느리게 재생을 해서 칠 수 있기 때문에 즉각 현장에서 대응을 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속기가 가능합니다"
현장 인력부족, 많은 사람들이 속기사에 대한 관심 가졌으면...
어떻게 속기사가 되게 되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태홍씨가 거침없이 답변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흔히 안마사 정도만 직업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좀 달랐어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전문직을 찾았죠. '너울마을'이라는 장애인 정보 사이트에서 '속기'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됐죠. 이 후 복지관을 통해 교육을 받았고 1년 정도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에 대한 실시간 속기를 주로 합니다. 기업이나 관공서, 개인 청탁에 의한 속기록 작성도 생각보다 일이 꽤 많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아직 현장에서는 속기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저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유망한 직종이고 비장애인들에게도 노력에 비해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보다 많은 이들이 도전해 부족한 자리를 채웠으면 좋겠습니다"며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자격증만 있으면 OK. 꼭 공인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일 할 수 있어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이 가능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태홍씨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흔히 속기사를 지망하시는 분들이 상공회의소 속기 자격증에만 치중하시는데 자신에게 맞는 협회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상공회의소 자격증은 공무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격입니다. 그러나 '디지털영상속기', '수사속기' 등의 자격증만으로도 개인 속기사무소나, 자막방송 등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돈을 벌면서 자신의 경력을 축적하고 속기실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죠, 대부분의 속기 공무원이 연령제한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협회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경력을 쌓고 더 나은 직장을 노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청각장애인들에 도움이 되어 무엇보다 자막방송 전문 속기사가 좋다는 시각장애인 속기사 김태홍씨, 이제 그의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자막방송이 시행되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속기사의 수급이 남은 과제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봉사와 직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속기사'. 작금의 디지털 시대에는 김태홍씨와 같은 실시간 디지털영상속기사가 그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