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합격수기
[경*래 회원님] 중랑구 의회 근무 후기입니다. ^^
- 관리자
- 2024-01-03
제목 : 의회 속기사 근무 후기
안녕하세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의회에서 기간제로 근무했던 경험을 풀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든 내용은 제가 근무했던 의회 기준이며 타 구의회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근무 계기>
사실 저는 23년 9월에 한글속기 3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라이브콘텐츠 연수를 갓 수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채용 정보를 수시로 들여다보면서도
‘난 언제쯤 이런 데에 지원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만 하며
취업은 좀 더 실력을 갖춘 후에 도전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 연수 수료가 딱 끝나고 소리자바아카데미에서 전화를 주셨어요.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의회(정례회)에 기간제로 근무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 경력이 정말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
● 가서 민폐만 끼치지 않을까,
● 괜히 실력 없다고 낙인만 찍혀 다음 취업 추천을 받기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갖가지 두려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격려해 주신 덕분에 용기를 내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은 제의였던지라 부랴부랴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하고
다음 날 합격 전화를 받고, 바로 다음 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회 속기사님께서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라며 다들 이렇게 경력 쌓는 것 아니겠냐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근무 준비>
일단 준비물은 아래 6가지 정도였고요.
1. 초본
2. 자격증 사본
3. 키보드
4. USB
5. 이어폰
6. 검은 외투
출근 직전까지 가장 신경 썼던 건 복장 정도?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입고 오라 하셔서 최대한 단정하게 입고 갔습니다.
개인 노트북이나 녹음기 챙겨가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전 의회에서 다 준비해 주셔서 따로 챙겨가지 않았습니다.
첫날이라 긴장이 돼서 건물 구조도 익히고
의정기록팀 분들께 인사도 드릴 겸해서 좀 이른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긴장한 저에게 말도 걸어주시고 차도 챙겨주시고 너무 좋으신 분들만 계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근무 방법>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의원님 이름도 훑어보고
미리 나눠주신 근무 매뉴얼을 읽으며 근무 방법을 조금씩 익혔습니다.
근무 방법은 크게 4가지만 알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았어요.
1. 교대 시간 엄수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4명의 기간제 속기사님들이 채용되셨고
2개의 위원회 회의장에 2명씩 배정되어 40분 간격으로 교대하는 형식이었는데요.
예) △위원회: A-B-A-B... / □위원회: C-D-C-D...
만약 시간을 착각하고 늦게 들어가면 앞에 치시던 분이 그만큼 더 치셔야겠죠?
그런 불상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 차례에 들어가서 키보드도 점검하고, 작성할 한글 파일도 미리 열어두고,
손도 풀어두고, 교대 시간표에 교대 시간도 작성하고 등등
할 게 생각보다 많으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최소 3분 전에는 미리 들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걱정 인형이라 5분 전에 들어가서 여유 있게 숨 돌리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속기석은 회의장 중앙에 있어요.
본인 차례에 미리 들어가서 앞서 말씀드린 준비 과정을 마치고
교대 시간이 되면 곧바로 치면 되고 그와 동시에 맞은편 속기사님은 퇴장하십니다.
처음에는 교대할 때마다 헷갈리는데 두세 번만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져요.
2. 단정한 복장 유지
이건 너무 당연한 거라 길게 말씀드릴 내용은 없고
간단히 첨언만 하자면 저희가 회의 중간중간 교대할 때 의원님들 사이,
각 과 주무관님, 과장님들 사이를 막 헤집고 회의장 중앙으로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어두운 계열이 입는 게 본인이 민망하지 않습니다. ^^;
참고로 제가 출근했던 기간의 복장을 말씀드릴게요.
● 상의: 흰색, 남색, 회색, 검은색 블라우스
● 하의: 검은색, 갈색, 남색 슬랙스
● 검은색, 베이지색 단화
TIP: 저는 검은색 외투 하나를 아예 의회에 놓고 다니면서 회의장 들어갈 때 잠깐잠깐 입었어요.
이거 은근히 편리하니 번문실 따로 제공해 주시는 의회에 출근하신다면 이 방법 추천해 드려요.
참, 신발은 구두도 단정하고 괜찮긴 한데
저 같은 경우는 또각또각 소리 나는 게 좀 신경 쓰이더라고요. (회의장 분위기 엄숙하면 더더욱!)
이건 의회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참고만 하세요.
3. 상용구 활용
제가 의회에서 경력 쌓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이제 막 자격증을 따신 분들은 내가 속도를 잘 따라잡을 수 있을지,
긴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일 것 같은데요. (제가 그랬습니다... 허허)
그런데 정말 기우였어요.
회의장 PC에 의원님들 성함, 과별 과장님 성함은 기본이고
자주 쓰는 문장(예: 성원이 되었으므로~ 개회하겠습니다. / 질의하실 위원님 계십니까? 등)을
아예 상용구로 미리 다 넣어두셨더라고요.
덕분에 발언자 구분과 반복되는 문장은 상용구로 처리하여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었고요.
담당 주임님께서도 다 치려고 하기보다는 발언자 구분에 더 신경 쓰면서
칠 수 있는 만큼만 치고 번문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씀해 주셔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칠 수 있었어요.
상용구가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미리 체크하고 몇 번만 눌러보시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이니 걱정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그 외 회의장 배치도와 각 의회국 조직도를 책상에 미리 준비해 주셔서
헷갈릴 때는 그걸 보며 참고했습니다.
4. 꼼꼼한 번문
아무리 상용구를 잘 활용하고 아무리 집중해서 치고 나왔다 할지라도 발언자 겹침, 발화 속도,
생소한 의회 용어 등 많은 이유로 회의장에서 100% 완벽하게 회의록을 작성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번문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의회 측에서 번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셔서
교대 후에는 번문실에서 열심히 번문을 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담당 주임님께서 메일로 보내주시는 녹음 파일을 들으며 번문을 하는 건데요.
가끔 마이크를 끄고 발언하시는 의원님이 계시거나,
기기 이상으로 녹음이 안 된 부분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혀 당황하실 필요 없이 예비 녹음 파일을 요청하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속기사 자리에 예비용으로 녹음기 하나를 더 켜둡니다.)
제가 경험이 없다 보니 모르는 단어들도 꽤 있었고 양식도 익숙하지 않아서
번문하는 내내 의회 홈페이지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의회 홈페이지에는 각종 임시회나 정례회, 본회의 회의록을 올려두니까
저처럼 의회 회의록을 처음 작성하시는 분들은 많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와 함께 근무하신 속기사님 분 중 한 분은 의회 경력이 많으셔서
한두 번 검수 후, 제출하시는 데까지 한 파일당 1시간 정도 걸리시던데
저는 고치고 또 고쳐도 불안해서 한 파일당 3번, 많게는 4번 정도 검수를 했고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는 단어는 따로 표기를 해서 메일로 제출하는 데까지 3시간은 걸린 것 같아요.
<근무 후>
한창 바쁜 위원회 회의가 거의 다 마무리되면 예산결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개회되는데요.
이때부터는 회의 시간도 줄고 거의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간제 속기사는 번갈아 출근하거나 재택으로 근무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때부터는 점차 출근 횟수가 줄다가 마지막 주에는 재택으로 근무했고
마지막 회의록까지 번문 후, 이메일로 제출하며 기간제 근무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의회 기간제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요.
해보지도 않고 막연한 두려움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걱정했던 만큼의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한 번 해봤다고 자신감이 생긴 건지
다음 임시회 때도 공고가 나면 꼭 지원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자격증만 있고 경력이 없는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분이라면
의회에서 근무해보시길 두 번, 세 번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 주신 아카데미 측에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